생활 기록

이 블로그를 일기처럼 쓰지 않기로 한 기준

write-lab 2026. 2. 12. 09:40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들었을 때 일기처럼 써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하루에 있었던 일을 적고, 그날의 기분이나 생각을 남기는 방식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기록을 몇 편 쓰고 나서부터는 이 공간을 일기처럼 쓰고 싶지는 않다는 감각이 조금씩 분명해졌다. 그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기준 하나는 생겨 있었다.

일기처럼 쓰지 않고 기준을 남기는 기록 공간을 상징하는 책상 풍경


일기에는 하루의 온도가 너무 많이 남는다

일기는 그날의 상태를 그대로 담는다. 기분이 좋았던 날은 문장이 가볍고, 피곤한 날은 생각도 함께 흐려진다. 그 솔직함이 장점이 될 때도 있지만,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기록과는 조금 달랐다.

이 블로그에는 하루의 기분보다는 조금 더 오래 남아도 괜찮은 생각을 적고 싶었다. 그 차이가 점점 분명해졌다.


기록하고 싶은 건 ‘하루’가 아니라 ‘흐름’이었다

글을 쓰다 보니 특정한 하루보다 여러 날에 걸쳐 이어지는 생각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어제의 생각이 오늘로 이어지고, 다시 며칠 뒤에 비슷한 장면으로 돌아오는 흐름 말이다.

일기처럼 쓰게 되면 그 흐름이 잘려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단위의 기록보다는, 생각이 이어지는 지점을 중심으로 글을 남기고 싶어졌다.


감정을 남기기보다 상태를 남기고 싶었다

일기를 쓰지 않기로 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감정보다 상태를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기분이 어떤 지보다, 지금 어떤 생각의 위치에 있는지가 나에게는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쉽게 변하지만, 그 시점의 상태는 다시 돌아가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기록에는 감정의 높낮이보다는 그때의 시선과 위치를 담고 싶었다.


읽히는 글보다 남는 글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은 글을 쓰는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재미있게 보이게 하려는 문장보다, 나중에 다시 읽었을 때 지금의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문장을 더 신경 쓰게 됐다.

이 블로그를 누군가의 하루를 공유하는 공간이라기보다는, 나 스스로의 흐름을 남겨두는 장소로 정의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는 일기가 아니다

이 블로그에는 오늘 무엇을 했는지보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남는다. 하루의 기록이라기보다는, 생각의 위치를 표시해 두는 기록에 가깝다.

앞으로 이 기준이 바뀔 수도 있다. 어느 날은 다시 일기처럼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 블로그를 일기처럼 쓰지 않기로 한 이 기준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진다.